하루를 정리하는 주황빛 노을이 빌딩 숲을 물들입니다. 낮고 긴 그림자는 저무는 해의 맞은편에 짙게 드리워지며 각각의 빌딩이 지닌 특징들을 선명하게 부각시킵니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옥상과 창문, 급수탑과 배관 등으로 빼곡한 도시의 한편. 많은 것이 추상되었고 동시에 많은 디테일이 묘사된 화면 앞에 서면, 누구나 빌딩과 빌딩이 빚어내는 “도시의 삶”을 한눈에 알아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모습의 도심, 존재하더라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각도에서의 광경은, 작품을 마주 선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있을까요? 정해진 답이란 없을 테지만, 텅 빈 도시의 장면에서도 우리는 그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나 자신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곤 각자가 경험한 도시를 떠올리며, 그곳에서의 감정을 그림처럼 걸어 감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