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Re-issue: 일상은 느슨하지 않다 NEWS - PINZLE 핀즐
  • [News] Re-issue: 일상은 느슨하지 않다
    PINZLE 핀즐 | 2020-03-11 15:54:49
  • 지난여름, 방콕의 아티스트 Nutdao를 만나러 가는 길. 시내를 가로지르는 수상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검게 내뿜는 매연은 금세 적응되었지만, 발 디딜 틈 없는 ‘보트’에 몸을 싣는 경험은 출근길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에 올라타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물살을 가르는 빠른 속력과 튀는 물방울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중심을 잡기 위해선 오직 배에 둘린 밧줄 한 가닥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낯선 탑승자에겐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상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자, 그 모든 긴장감이 단순한 불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습니다.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인한 작은 소란은 어느새 질서를 이루게 되었고, 몸을 가누려 애썼던 노력은 보트 위에서의 균형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정류장에서 수상버스를 기다렸다가, 보트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단순한 과정에서도 온몸의 체중을 이리저리 옮기는 노력과 긴장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긴장을 끌어안으며 삶의 모든 순간들에 대해 어김없이 균형을 이루어 냅니다. 우리가 지탱하는 매일의 삶이란, 그리고 그것이 보여주는 균형감이란, 따라서 아무리 평범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절대로 느슨한 것이라 말할 수 없겠습니다. 오히려 그 팽팽한 긴장감의 전부를 일상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사연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우리는 충분히 애쓰고 있습니다.
     
    Nutdao의 그림이 품고 있은 덩어리들이 무엇으로 느껴지나요? 혹시 하나하나가 여러분의 일상이 끌어안은 고민과 불편으로 여겨진다면,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은 절대 느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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